내 마음의 천적(天敵)

-한 인간이 죽도록 밉고 싫을 때

-나를 위해서라도 마음의 문 열어야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 | 2016년 출간)

*영화 ‘독립군’ 토론토 상영회 포스터

“다음 주 모임에 그 사람 오나요? 미안하지만 그 사람(인간)이 오면 저는 안 갑니다…”

최근 토론토 한인사회의 한 행사에서 누군가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사실 이런 일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친교 모임과 행사가 있을 때 심심찮게 보고 듣는 모습이 바로 ‘누구는 누구 때문에 모임에 오기 싫다’는 것이다.

이럴 땐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 난감하거니와, 한편으론 수긍도 간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일을 많이 겪어왔고, 그러기에 무어라 조언할 수가 없다.

0…우리는 흔히 어떤 행사나 모임에 갔을 때 평소 싫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즐겁던 기분이 싹 가시면서 그날 하루는 속을 끓이며 망치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겪는다.

‘하필이면 저 인간이 왜 이 자리에…!”

언젠가 골프대회를 하는데 나와 친하게 지내는 분이 찬조금만 내고 참가는 않겠다고 한다.

왜 그러냐니까 “00 인간이 보기 싫어 안 한다”는 것이다.

평소 성격이 원만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것만 같은 분이 그러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런 분들처럼 이른바 ‘천적(天敵)관계’에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0…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모든 것이 관계(relationship) 속에 이루어지며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누굴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것이 참 피곤하고 괴로운 일이다.

내가 한때 그랬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0…어떤 사람(인간)은 하는 짓마다 미운 짓만 골라해 그를 보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이럴 때 나의 마음고생은 무척 컸다.

식사를 하다가도 그 인간만 생각하면 밥맛이 떨어지고 잠을 자다가도 그 얼굴만 떠오르면 잠이 달아났다.

그러다간 생병(生病)이 날 지경이었다.

0…교류 폭이 좁은 이민사회에 사는 지금의 우리들은 더욱 그렇다.

어딜 가나 그 얼굴이 그 얼굴. 그 중에도 주는 것 없이 미운 인간이 꼭 있다.

혼자 잘난척 하며 말을 독점하고 모임자리를 주도하려 드는 인간, 늦게 오고서도 슬그머니 새치기를 하는 인간, 남들은 수저도 들기 전에 혼자만 밥을 입에 처넣는 인간,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술을 혼자만 시켜놓고 홀짝거리는 인간, 돈자랑은 실컷 해놓고 정작 계산을 할 때는 딴전을 피우는 인간…

그런가 하면 괜히 이유도 없이 싫은 밉생이 인간… 난 정말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라는 교훈을 주는 인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사람이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왜 그만 보면 슬며시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지, 그 또한 이상하다.

0…천적(natural enemy)은 특정 생물을 먹이제물로 삼는 생물을 말한다.

자연생태계는 각 생물이 자연의 원칙에 따라 먹고 먹히는 천적관계(먹이사슬)로 이루어져 있다.

쥐와 고양이, 진딧물과 무당벌레, 곤충과 새, 새와 뱀, 올빼미…

이러한 먹이사슬은 자연이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유지되는 원칙 중 하나다.

0…그런데 이 관계가 인간 사이에서 ‘하늘(天)이 정해준 원수(敵)’로 쓰일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오죽하면 나와 친한 사람이라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당신이 어떻게 그런 사람과 친해요…?’

0…관계의 폭이 제한된 이민생활에서는 특히 미움의 정서가 큰 문제로 작용한다.

주로 동족끼리 만나다 보니 허구한날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그렇게 자주 접하다 보니 약점만 눈에 들어오기 십상이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꿈치까지 미워 보인다고, 하나하나가 모두 밉다.

0…그런데, 누굴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참 안 좋은 일이다.

머릿속이 미움과 증오로 가득 차 있다면 좋을 리가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 이를 확대시켜 볼 것을 권한다.

*이영현 월드옥타 명예회장 연극 포스터

사람에겐 누구나 장점과 미덕이 있게 마련이며 그 장점을 크게 보면 그 사람이 좋게 보일 수 있다.

0…누군가가 죽도록 미우신가.

이를 해소할 가장 좋은 방법은 나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상대방에게도 분명히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니 노력해서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다.

내가 먼저 내미는 용서와 화해의 손길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0…우리는 언제나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하며 살고 있다.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으로, 나도 누군가의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깨달을 때 새삼 나의 언행에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

0…자신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히는 향나무처럼 무한한 용서와 사랑으로 한세상을 살아가라는 주님의 그 힘든 주문을 어찌 감당할까만, 살그머니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그 인간’에게도 좋은 점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로 갈등을 빚더라도 서로 상대의 좋은 점만 보도록 노력하면 결국 원만한 화해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 너희게 원한 품은 형제 생각나면/ 어서 가 그 형제와 화해를 하고 / 돌아와 그 예물 바쳐 드려라…’ (가톨릭 성가 중) (南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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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충남 대전/ 고려대 영문과/ 해병대 장교(중위)/ 현대상선/ 시사영어사(YBM) 편집부장/ 인천일보 정치부장(청와대 출입기자)/ 2000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부사장/ 주간 부동산캐나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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