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의 귀환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 20여 년의 방황
-인생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가는 기나긴 여정
*호메로스(Homer)의 고전 서사시 《오디세이아(THE ODYSSEY)》의 스티븐 미첼(Stephen Mitchell) 번역본
요즘 ‘오디세이(Odyssey)’가 새삼 전 세계 문화예술계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이는 어떤 이야기일까?
0…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인 호메로스(Homer)의 ‘오디세이아(Odysseia)’에서 비롯된 말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에 걸친 파란만장한 여정을 뜻한다.
로마식 이름은 Ulysses(율리시스).
0…고대 그리스의 한 영웅이 3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디세이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인간이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경계하며, 끝내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인생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영어 odyssey(아더시)는 단순한 ‘긴 여행’을 넘어,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헤쳐 나가며 마침내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생의 여정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인생은 하나의 오디세이’라는 표현이 그래서 자연스럽다.
0…오디세이는 전통적으로 ‘일리아스(The Iliad)’와 함께 호메로스에게 귀속되는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서사시로, 일반적으로 기원전 8세기 무렵의 구전 서사 전통과 연결된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의 영웅적 세계와 전쟁의 영광을 중심으로 한다면, ‘오디세이’의 핵심은 전쟁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여정, 즉 ‘귀환’이다.
작품은 모두 24권(Books)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오디세이’ 24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방대하고 난해하며,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인간 군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0…오디세이의 배경에는 트로이 전쟁(Trojan War)이 있다.
오디세우스는 그리스군의 영웅이자 이타카(Ithaca)의 왕이다.
트로이 전쟁에 나간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아내 페넬로페(Penelope)와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us)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신들의 분노와 바다의 폭풍, 괴물과 유혹이 그의 귀환을 가로막는다.
전쟁 자체와 귀환의 시간을 합치면 오디세우스는 무려 20년 동안 고향을 떠나 있게 된다.
그래서 오디세이의 핵심 단어 가운데 하나가 ‘노스토스(Nostos) 즉 귀환이다.
0…오디세우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부와 권력도, 영원한 젊음도 아니다.
결국 그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이타카, 아내 페넬로페,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는 집이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묻는다.
“당신이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결국 돌아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0…오디세우스는 전형적인 힘의 영웅이 아니다.
아킬레우스(Achilles)가 압도적인 무력과 용맹을 상징한다면, 오디세우스는 메티스(Mētis), 즉 지혜와 기지, 상황을 꿰뚫어 보고 꾀를 내는 지성을 대표한다.
그는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때로는 속이고, 변장하고, 기다리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낸다.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Trojan Horse)를 이용한 전략 역시 이러한 오디세우스의 지략을 상징한다.
0…그러나 오디세우스의 가장 큰 장점인 ‘꾀’는 동시에 그의 약점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건이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Polyphemus)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아무도 아닌(Nobody)’라고 속여 키클롭스(Cyclops)를 따돌리고 탈출한다.
그런데 배를 타고 떠나면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자랑스럽게 밝힌다.
이것이 그의 치명적인 실수다.
폴리페모스가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에게 복수를 기원하면서 오디세우스의 귀환은 더욱 길어진다.
즉, 지혜가 있어도 자만하면 스스로 화를 부를 수 있다.
이것이 오디세이가 가르치는 첫 번째 인생의 교훈, 겸손(humility)이다.
0…사람은 능력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려 해선 안 된다.
오디세우스는 위기를 넘길 만큼 영리했지만, 자신의 영리함을 과시하는 순간 더 큰 위기에 빠졌다.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실력은 자신을 증명하지만, 겸손은 자신을 지켜준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 참는 것, 한발 물러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0…오디세우스가 만나는 수많은 괴물과 위험은 사실 인간 내면의 유혹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세이렌(Sirens)의 아름다운 노래는 사람을 파멸시키는 유혹이다.
오디세우스는 그 노래를 듣고 싶어 하지만 자신을 배의 돛대에 묶어버린다.
선원들에게는 귀를 밀랍으로 막게 한다.
이것은 매우 현대적인 교훈을 준다.
자신의 의지만 믿지 말고,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미리 차단하라.
오늘날의 중독, 소비, 욕망, 명예욕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다.
0…또 하나의 유명한 장면이 ‘스킬라와 카리브디스(Scylla and Charybdis)’다.
한쪽에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 스킬라가 있고, 다른 쪽에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소용돌이 카리브디스가 있다.
오디세우스는 둘 중 하나의 위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감당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인생도 늘 그렇다.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다.
때로는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덜 나쁜 선택’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0…하지만 오디세이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인내’와 ‘버티기’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에서 살아남고, 바다에서 수많은 동료를 잃고, 괴물과 싸우고, 유혹을 견디며, 오랜 시간 고향을 향한다.
심지어 님프 칼립소(Calypso)의 섬에서 7년 동안 붙잡혀 있기도 한다.
칼립소는 그에게 영원한 삶까지 제안하지만,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것은 불멸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0…여기서 우리는 ‘배짱’과 ‘용기’의 차이도 생각하게 된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두려움이 있음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오디세우스는 겁이 없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두려운 상황에서도 판단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그리스어로 용기와 연결되는 개념인 안드레이아(andreia)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진짜 용기는 무모함이 아니라 두려움을 관리하면서 행동하는 능력이다.
0…오디세우스의 귀환만큼 중요한 인물이 바로 페넬로페(Penelope)다.
많은 사람들이 오디세이를 오디세우스의 모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집에서 20년을 기다린 페넬로페 역시 놀라운 인내와 지혜를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에게 구혼하는 사람들에게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다고 약속한 뒤, 낮에 짠 것을 밤마다 풀어버리는 방법으로 시간을 번다.
기다림도 때로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0…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us)의 이야기는 또 다른 ‘성장’의 오디세이다.
아버지가 떠날 당시 어린아이였던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성장해야 했다.
그는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길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책임감을 발견한다.
그래서 오디세이는 한 영웅의 귀환 이야기인 동시에 아들이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인생에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느냐일 것이다.
0…오디세이에는 ‘크세니아(Xenia), 즉 접대와 환대라는 중요한 가치도 흐른다.
이는 단순한 친절을 넘어 손님과 이방인을 환대하는 문화와 상호 의무를 뜻한다.
낯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격과 공동체의 문명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여행 중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환대와 배척은 인간 사회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오늘날 세계가 더욱 복잡해질수록 타인을 존중하고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태도는 오히려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0…결국 오디세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오디세우스가 마침내 이타카에 도착했을 때도 그의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그는 거지로 변장해 자신이 누구인지 숨기고, 누가 충성스러운지 확인한 뒤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자신의 집을 되찾는다.
그리고 아내 페넬로페조차 쉽게 믿지 않고 그를 시험한다.
0…결국 오디세우스가 돌아간 곳은 단순한 장소로서의 집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가족, 삶의 의미였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에게 오디세이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우리는 수없이 길을 잃고, 유혹을 만나고, 실패하고, 때로는 자만 때문에 더 큰 고난을 겪는다.
그러나 인내하고, 겸손하고, 용기를 내고, 지혜롭게 선택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이타카’를 향해 나아간다면, 그 모든 방황은 결국 우리를 더 단단한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인생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느냐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3천 년 전의 오디세이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이유다. (南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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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충남 대전/ 고려대 영문과/ 해병대 장교(중위)/ 현대상선/ 시사영어사(YBM) 편집부장/ 인천일보 정치부장(청와대 출입기자)/ 2000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부사장/ 주간 부동산캐나다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