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잡아주기
-상대가 누구든 문 잡아주기는 기본 예의
-문화차이라 치부하지 말고 고칠 것은 고쳐야
*상점에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모습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들이 있다.
캐나다에서 26년여를 살다 보니 이제는 조국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오랜 해외생활 탓인지 한국과 캐나다의 차이점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글쎄 그것을 이질감이라고 해야 할지.
0…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리의 풍경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길을 걸을 때나 전철과 버스 안에서나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혼잡한 전철에서 주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이 보통이다.
휴대폰이 일상이 된 시대라지만, 눈앞의 사람과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0…거리 시민들의 모습에서도 이질감을 느낀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은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펑퍼짐한 통바지가 거의 땅에 끌리다시피 하는데, 그게 유행이란다.
0…이런 모습에서 개성을 찾기란 참 어렵다.
한국은 전통적인 ‘단일민족’이라서 유행이 급속히 퍼지는 연유도 있긴 한 것 같다.
토론토에 돌아오니 젊은 여성들이 옷차림 따위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0…물론 유행과 생활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 그렇다 치고...
하지만 외형적인 변화보다 내게 훨씬 크게 다가온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배려에 관한 문제다.
특히 건물 출입문을 열고 닫을 때 그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0…캐나다에서는 건물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모습이 그냥 자연스럽다.
이는 특별한 친절이라기보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기본적인 예의다.
나 역시 오랜 캐나다 생활을 통해 그런 행동이 몸에 배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앞사람이 문을 열고 나간 후 뒷사람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놓아버리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이럴 땐 유리문이 눈앞에서 닫혀 자칫 부딪힐 수도 있다.
0…한번은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 대신 다소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사소한 배려가 오히려 낯선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해 무척 씁쓸했다.
0…서울에선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히거나 옷깃이 스치는 일도 흔하다.
이럴 때 캐나다에선 당연히 ‘미안하다'는 말이 나올 테지만 한국에선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가버린다.
0…물론 혼잡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접촉까지 모두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실수로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가볍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태도다.
0…최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SNS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뒤따르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던 외국인이 한국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도 어느새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문을 놓아버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문이 뒷사람 눈앞에서 쾅 닫히는 장면을 통해 한국의 일상적인 문화를 유머러스하게 꼬집었다.
이에 대해 외국인들은 문이 눈앞에서 닫혀 놀랐다며, 문을 잡아주는 것은 상대방의 안전을 위한 기본 배려라는 의견을 밝혔다.
0…이 영상을 둘러싼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에서는 문을 잡아주는 사람이 드물다는 공감이 있는가 하면, 효율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이나 문화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이 과거 미닫이문에 익숙했던 주거환경 때문에 문을 잡아주는 행동이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했을 가능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0…물론 문화와 생활 습관은 나라마다 다르다.
어느 한 나라의 방식이 모든 면에서 옳다고 주장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모든 행동을 문화 차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사실과 기본적인 예의를 실천하는 문제는 별개다.
0…문을 잡아주는 데는 큰 시간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뒤따르는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돌아보고, 문이 닫히지 않도록 몇 초만 기다리면 된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중요하지 않다.
특별한 친절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과 편의를 배려하는 행동이다.
0…세계화 시대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좋은 관습과 생활 태도 가운데 배울 만한 것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0…선진사회는 경제 규모나 화려한 건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타인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느냐가 그 사회의 품격을 보여준다.
문화 차이라는 말로 고칠 수 있는 점까지 덮어두기보다, 좋은 것은 배우고 부족한 것은 고쳐 나가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문 하나를 잡아주는 작은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과 사회의 품격이 담겨 있다. (南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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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충남 대전/ 고려대 영문과/ 해병대 장교(중위)/ 현대상선/ 시사영어사(YBM) 편집부장/ 인천일보 정치부장(청와대 출입기자)/ 2000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부사장/ 주간 부동산캐나다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