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거리 두고 살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지혜
*영화 ‘Five Feet Apart’(2019).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5피트의 거리를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오랜만에 고국을 다녀온 탓인지 그 여운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외국여행과는 또다른 감미로운 추억거리가 새록새록 배겟머리를 맴돌고 있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고향(대전)의 시골동네와 낯익은 도심 거리들, 특히 부모님이 누워계신 대청호반의 산기슭 선영을 허우적거리며 찾아뵌 기억이 꿈결같기만 하다.
0…이번 여행에선 특히 형님, 누님, 조카, 처형, 처조카, 조카사위 등 여러 피붙이들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별 불편없이 먹고 자고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기에 모든 게 더욱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것 같다.
백발의 8순 연세에 손수 차를 몰고 구석구석 우리 부부를 안내해주신 형님,
불면 날세라 어머니같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시는 바로 위 누님,
30여년 만에 만난 이 삼촌을 예전과 조금도 변함없이 싹싹하게 손발처럼 시중들어주는 막내 조카.
분주한 공직생활 속에도 시간을 내어 두번씩이나 우리를 위해 멋진 식사자리를 마련해준 조카와 사위 부부.
우리를 위해 생업도 잠시 접어두고 인천의 명소와 맛집을 두루 돌아보게 해준 고마운 처조카들.
0…특히 잊지 못할 분이 있다.
이번 우리들 고국 여행의 모든 일정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확실하게 기획.실행해준 미모와 지성을 두루 겸비한 바로 위 처형이다.
내년에 칠순을 맞는 나이에 어쩜 그리도 머리회전도 빠르고 몸놀림도 번개 같은지, 정말 처형의 진가는 현란했다.
이 모든 분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참으로 아름답고 황홀한 고국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0…그런가 하면, 헤어진지 30여년 만에 어렵사리 찾아낸 나의 ‘데미안’ 친구.
비록 머리카락은 몇 올 남지 않았지만 그 여전히 호탕한 너털웃음과 인자한 자태는 한 인간의 완벽한 숙성미(熟成味)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값진 열매 중 하나가 바로 죽마고우 친구를 다시 찾아낸 것이다.
또한 아내가 대학시절 한때 교사로 일했던 야학의 교장선생님을 만나뵌 것도 참으로 값진 추억이었다.
(부디 건강을 되찾으시어 언젠가 다시 뵐 것을 고대합니다…)
0…30여년 만의 고국여행을 반추하노라니 달콤한 솜사탕 같은 추억에 젖어든다.
그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내가 이민을 오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도 우리들 형제 자매와 큰댁, 처가댁 식구들이 지금처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살풋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0…아마 상상컨대, 대체로 사이좋게 지내긴 했겠지만, 때론 서로 이견과 갈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사람인 이상, 가까이 지내다보면 장점도 많이 보이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은 면도 많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는 적당히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이번에 여러 가족,친지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은 서로가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이다.
0…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가 좋다’는 말이 있다.
가정이나 사회생활 등에서 ‘관계가 좋다’는 뜻이다.
그러면 ‘사이가 좋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이’는 한자로 ‘간(間)’이다.
그러니까 사이가 좋다는 것은, 서로가 빈틈 없이 딱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0…원만한 인간관계의 비결은 바로 이 ‘사이’에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아름다웠던 것이 너무 가까이서 보니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들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많던가?
서로 간에 적절한 거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관계가 오래, 아름답게 지속될 수 있다.
0…자고로 인간관계는 난로불 대하듯 할 일이다.
너무 다가가면 뜨거워 데이고 너무 떨어지면 추워진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을 때 우리들의 관계도 원만히,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마라’. 인생의 철칙이 아닐까.
0…사방에서 환대받을 때가 행복하다.
그것은 곧 적당히 ‘신비로울’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고국여행이 너무도 감미로워 ‘이제 한국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그것은 이래서 환상인가 한다. (南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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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충남 대전/ 고려대 영문과/ 해병대 장교(중위)/ 현대상선/ 시사영어사(YBM) 편집부장/ 인천일보 정치부장(청와대 출입기자)/ 2000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부사장/ 주간 부동산캐나다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