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고 기사
-한 인간의 삶을 최종 결산하는 부고기사
-자신의 기사를 미리 써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죽음 체험
*ROM 한국관 상설 한인큐레이터 확보를 위한 기금 모금 캠페인
파라오가 야곱에게 물었다.
“얼마나 수(壽)를 누리셨소?”
“이 세상을 떠돌기 벌써 130년이 됩니다. 얼마 되지는 않으나 살아온 나날이 궂은일 뿐이었습니다. 소인의 조상들이 떠돌아다니시며 누리신 수에 미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창세기 47장 8~9절)
0…눈먼 아버지를 속여 장자의 축복을 얻어낸 후 온갖 가시밭길 고난 끝에 마침내 사랑하는 아내 라헬을 차지한 성조(聖祖) 야곱은 야욕과 집념의 화신이다.
그런 그가 130년을 살고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목을 보면 인간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결코 긴 인생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가 보다.
교활한 술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도 “살아온 나날이 궂은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한없는 것인지도 알 수 있다.
0…이민연륜이 늘어가면서 한인사회의 경·조사에 참여하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중 지인의 자녀 결혼식 등 경사는 사정에 따라 빠질 수도 있으나 슬픈 일을 당한 일에는 가급적 참석하려 시간을 내고 있다.
외로운 이민생활에서 힘든 일을 당한 이웃을 위로해주는 것은 한 핏줄로서 당연한 책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0…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상객들로 북적거리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빈소가 썰렁한 것이 세상 이치라는 것.
권세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어떤 기회가 오든 반드시 눈도장을 찍어둬야 유리할 것이지만, 막상 권력자 자신이 없어져버리면 굳이 문상 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얄궂은 세태의 단면을 이처럼 단적으로 말해주는 속담도 없을 것이다.
0…어쨌든, 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한 법이다.
특히 남겨진 가족이 적거나 자녀가 어릴 경우, 또는 한인사회와 별로 접촉하지 않고 지냈던 고인의 빈소는 썰렁하고 애처롭다.
언젠가 한인사회와 별 접촉없이 조용히 살다 떠난 어느 지인의 장례식장에 세워져있던 달랑 하나뿐인 초라한 조화(弔花)를 보면서 어찌 그리도 가슴이 아리던지…
0…장례식에 참석하다 보면 한없이 쓸쓸해질 때가 있는가 하면, 어느 경우엔 그다지 슬프지가 않고 오히려 가슴 뿌듯한 모습도 있다.
어느정도 수(壽)를 누리고, 살아생전에 좋은 일 많이 하고 떠난 분들을 보면 조문하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다.
이런 경우를 호상(好喪)이라 한다던가.
0…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한인사회에 돌아가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다.
나는 평생을 언론에 종사하면서 이런저런 인사들의 부고(obituary) 기사를 써왔다.
25년 전 이민을 온 후에도 캐나다(토론토) 한인사회의 (유명)인사가 돌아가셨을 경우 부고기사를 쓴다.
이때 기사를 쓰면서 느끼는 점이 참 많다.
어떤 분은 가슴속 깊이 진심에서 우러나와 생전의 업적과 선행들을 술술 기술해나갈 수 있는 반면, 어떤 분은 그다지 쓸 말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꼭히 생전에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느냐의 차원은 아니다.
0…부고기사는 단순히 한 사람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news of death)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의미와 사회적 영향을 조명하는 기록이자, 한 시대의 문화적 초상이다.
다시 말해 부고기사는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하는 글’이요 ‘남은 사람을 위한 위로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고기사는 아주 중요하게 다뤄진다.
0…부고기사는 독자에게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보다 더 깊은 질문, 즉 “우리에게 그 사람은 어떤 의미였는가?”를 남기는 것이다.
그래서 부고기사는 한 인간의 단순한 끝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가치에 대한 최종 평가문인 것이다.
0…사람은 죽어서 말한다.
살아생전에 많은 덕을 쌓은 사람은 죽어서도 외롭지가 않다.
삶의 궤적이 성공했느냐 여부는 죽은 후에야 제대로 평가받는다.
살아있을 때보다 돌아가서야 비로소 그가 남긴 발자취가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0…여러분은 부고기사에서 어떤 인물로 기록되고 싶으신가요?
“살아생전에 열심히 일해서 많은 재산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많은 선행을 베풀고…”
“이민 동포사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고…”
미리 자신의 부고기사를 써본다면 아마도 남은 삶을 훨씬 더 소중하고 의미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0…언제나 나 자신을 낮추고 주변에 베풀면서 살아간다면 죽은 후에 그 이름이 더욱 빛날 것이 틀림없다.
삶의 최종 평가서인 부고기사가 남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교훈을 주려면 살아생전 남에게 해 끼치지 말고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아갈 일이다.
0…오늘 이 시간, 펜을 들어 당신의 부고기사를 써보시길…
‘꽃잎처럼 스러질 목숨이라면/ 꽃잎처럼 살기로 하자/ 이 세상 무수히 많은 꽃잎들 중의/ 이름 없는 하나로 살기로 하자// 나는 나의 꽃으로/ 너는 너의 꽃으로/ 세상의 어느 모퉁이 한 점 빛이 되기로 하자/ 이 짧은 목숨 마감하는 그 날까지/ 꽃잎처럼 순하게 살기로 하자’’(정연복의 ‘꽃잎’) (南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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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
(충남 대전/ 고려대 영문과/ 해병대 장교(중위)/ 현대상선/ 시사영어사(YBM) 편집부장/ 인천일보 정치부장(청와대 출입기자)/ 2000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부사장/ 주간 부동산캐나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