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 말이야…”
-과거의 기억 속에 갇혀 사는 사람 많아
-이민생활에서 자칫 ‘꼰대’로 전락하기 쉬워
한국처럼 신조어가 잘 만들어지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Mukbang)’, 가진 자가 약자에게 위력(威力)을 휘두르는 ‘갑질(Gapjil), 가족경영 대기업 '재벌(Chaebol)' 등은 외국언론이 한국관련 기사를 쓸 때 그대로 인용하는 공용어가 됐다.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형태로, 다른 단어로는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0…영국 인디펜던트지는 개념없는 중년 남성을 뜻하는 ‘개저씨(Gaejeossi)’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비슷한 개념으로 ‘꼰대’라는 단어도 소개됐다. 2019년 BBC는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했다.
BBC는 “이런 사람을 알고 있나요?”라는 제목과 함께 꼰대는 “항상 자신이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0…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꼰대가 한국어로 ‘거들먹거리는 노년'이라는 뜻이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나이와 성(性), 근속연수에 따라 직장 위계질서가 악명 높다. 이를 못마땅히 여긴 젊은 세대들이 곳곳에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0…꼰대는 노인이나 기성세대, 선생을 뜻하는 은어이자 비칭(卑稱)으로 사고방식이 고리타분하고 권위주의적인 사람을 뜻한다.
영어로는 has-been(한물 간 사람), fogey(포우기: 고루한 사람) 정도로 번역될 수 있으나 ‘타인을 무조건 하대(下待)하는 노년층'을 총칭하는 말로 Kkondae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0…꼰대의 어원은 분명치 않지만 속설엔 두가지가 꼽힌다.
첫째 번데기의 경상도 사투리인 ‘꼰데기'가 어원이란 주장이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란 의미에서 꼰데기라 부르다가 꼰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불어의 콩테(Comte)를 일본식으로 부른 게 꼰대라는 것인데, 일제시절 이완용 등 친일파들이 백작(伯爵) 작위를 수여받으며 자신을 꼰대라 자랑스레 칭한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백작이 바로 콩테다.
0…어쨌거나 부정적인 어감의 꼰대는 ‘자신의 생각에 강한 확신을 갖고 상대에게 도덕과 복종을 강요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절대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남이 하는 일을 못마땅해 하며 사사건건 참견하고 잔소리를 늘어놓기 일쑤다.
입만 열었다 하면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어”라며 혀를 차고,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강하게 군림하려 든다.
0…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과시하며 “나때는 말이야”를 반복한다.
교훈적인 이야기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해서 들으며 기성세대와 상위계급에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반면, 젊은층이나 사회적 약자는 소통을 아예 거부하려 든다.
이래서 ‘젊은 것’들은 꼰대가 다가오면 슬슬 자리를 피한다.
0…꼰대는 상대가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꼭 가르치려 들며, 취향도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
잘못을 지적하고 설득하려 하면 이를 아예 무시하거나 확대 해석하며 상대방이 자신을 깔본다고 여긴다.
꼰대와 대비되는 계층이 MZ세대이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0…과거에는 나이든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이 사회의 기틀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였다.
하지만 요즘 같은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는 오히려 젊은이들이 첨단 지식, 정보에 훨씬 더 앞서 있다.
이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가 통할 리 만무하다.
“나 때는 밤을 새워서 일했다”, “예전 같으면 이건 고생도 아니다”… 헐!
0…오늘날엔 조직에 대한 성실과 충성보다 개인의 행복과 균형 있는 삶을 중시하는 젊은이가 많다.
그러다보니 기성세대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는 ‘소확행’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들의 가치관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단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꼰대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0…특히 우리 같은 이민사회에서 ‘이도 저도 아닌’ 기성세대는 설자리가 별로 없다.
죽을 고생 해가며 자녀들을 키워냈지만 그들 세대와는 대화가 잘 안된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해서 현지사회에 어울리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그러니 오랜만에 자녀들과 마주 앉으면 “나 때는 말이야’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0…특히 한인동포들 중에는 한국에서의 경력이 화려하고 잘나갔던 사람일수록 과거에 안주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내세울 것이라곤 과거의 알량한 경력이 전부인 이들에게 자기보다 못한 이들은 모두 훈계의 대상이다.
이들은 절대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고집과 주장만 펼친다.
젊은이들이 개성적인 행동을 하면 “요즘 젊은것들은…” 하며 혀를 찬다.
이러니 자녀들과도 대화가 안된다.
0…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이젠 한물 간 세대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옛 사고방식에 집착하고 아이들에게도 걸핏하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0…꼰대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세태에 뒤쳐지지 않게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우선 지적(잔소리)을 적게 하고 칭찬을 많이 할 것, 둘째 남의 생각을 존중할 것, 셋째 새로운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 넷째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다섯째 언어(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
육체 수명은 길어지고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사고방식은 수십년 전 그대로 머물러 있다간 영락없이 꼰대 신세에 처하게 된다.
그것은 나이의 문제라기 보다 사고방식의 적응 여하에 더 좌우된다. (南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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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한인뉴스 대표 이용우